하나님을 알려면 ‘계시’가 필요하다

‘나’를 알려면 하나님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럼 ‘하나님’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각종 기독교 서적과 신앙 자료를 연구하면 될까? 훌륭한 목사님들의 설교와 놀라운 이적을 체험한 분들의 간증을 많이 들으면 될까? 신학교를 들어가면 해결될까? 알고 있는 것을 많이 실천하면 될까? 이 모든 것은 틀림없이 ‘하나님에 관해 아는 것’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얻은 감동과 깨달음이 자기를 부인하고 예수님의 생명만 나타나도록 나를 변화시키지 못하면 그 지식은 ‘하나님을 아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다. 관계다. 관계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아는 데서 시작한다.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은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나님이 성령으로 이것들을 우리에게 드러나게 하셨습니다. 성령은 모든 것을 찾아내셔서 하나님의 깊은 비밀까지도 우리에게 보여주십니다. 사람의 생각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의 생각도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고린도전서 2:10~11)
But it was to us that God revealed these things by his Spirit. For his Spirit searches out everything and shows us God’s deep secrets. No one can know a person’s thoughts except that person’s own spirit, and no one can know God’s thoughts except God’s own Spirit. (NLT)

하나님의 영을 통해 감춰져 있던 하나님의 깊은 마음이 드러나 ‘알게’되는 것이 곧 ‘계시(啓示)’다. 하늘에 속한 영적인 것들은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어리석게 보일 뿐이다. 그래서 하나님을 알려면 계시가 필요하다.

육에 속한 사람은 하나님의 성령의 일들을 받지 아니하나니 이는 그것들이 그에게는 어리석게 보임이요, 또 그는 그것들을 알 수도 없나니 그러한 일은 영적으로 분별되기 때문이라 (고린도전서 2:14)

‘육에 속한 사람’은 헬라어로 ‘프쉬키코스’다. ‘자아(혼, soul)가 강한’이란 의미다. ‘자아’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 하나님을 알게 하는 계시의 빛이 임하기 전 이성과 감성이 그것을 차단한다. 그러면 영적인 일들이 어리석게 보인다.

‘어리석게’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모리아’다. 어근은 ‘뮈스테리온’. ‘뮈스테리온’은 신비를 뜻하는 영어 단어 mystery(미스테리)의 어원이다. 하나님의 마음은 ‘신비’의 영역이다. 하나님은 영이시기에 하나님의 영을 통하지 않으면 이 신비의 영역을 알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어리석게 보인다. ‘뮈스테리온’의 사전적 정의에는 ‘계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it is what can only be known through revelation)’이란 의미가 들어 있다. ‘영’에 속한 것은 드러나지 않고 감춰져 있다. 비밀이요 신비의 영역이다. 이성으로 알려 할 때 어리석게 보이는 영역이다. 하나님은 바로 이 어리석게 보이는 영역 속에 숨어 계신다. 그래서 마귀는 감춰진 하나님의 마음(복음)이 드러나지 않게 사람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여 그 복음을 가리려 애쓴다.

만일 우리의 복음이 가리었으면 망하는 자들에게 가리어진 것이라 그 중에 이 세상의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하게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치지 못하게 함이니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형상이니라 (고린도후서 4:3~4)

‘가리다’의 헬라어는 덮다(to cover)를 뜻하는 ‘칼륍토’다. 명사형은 ‘칼륍시스’다. 만일 무엇인가 귀중한 보물을 ‘칼륍시스’하고 있다면 무엇인가 보물을 덮고 있어 발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칼륍시스’ 앞에 ‘벗겨내는(off, away)’ 의미를 갖는 헬라어 접두사 ‘아포 apo’를 붙이면 ‘아포칼륍시스’가 된다. 이 단어는 계시를 뜻하는 영어 단어 apocalypse(아포칼립스)의 어원이다. 원어 의미대로 보자면 ‘덮여져 있는 것을 벗겨내는 것(to uncover)’이 계시다. 즉, 덮여져 있던 베일(veil)을 벗겨낼 때 비로소 그 안에 감춰진 것이 드러남을 의미한다. 계시를 뜻하는 또 다른 영어 단어로 revelation(레버레이션)이 있다. 동사는 ‘reveal(리빌)’이다. 어원적으로 보면 ‘베일로 가렸던 것을 벗겨내다(to unveil)’ 즉 re(un, ~의 반대편) + veal(veil, 베일로 가리다) 이다. apocalypse와 동일한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바울은 모든 환난과 죽음의 순간에도 자신의 사명과 존재이유를 명확히 아는 자였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비밀을 아는 자라고 밝힌다. 무엇을 통해 비밀을 아는가? 계시를 통해서였다.

계시(아포칼륍시스)로 내게 비밀(뮈스테리온)알게 하신 것은 내가 먼저 간단히 기록함과 같으니 그것을 읽으면 내가 그리스도의 비밀을 깨달은 것을 너희가 알 수 있으리라 (에베소서 3:3~4)

하늘에 속한 비밀은 육에 속한 자에게 어리석게(뮈스테리온) 보인다. 본질을 알지 못하도록 무엇인가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에 속한 자가 계시(아포칼륍시스)를 통해 덮고 있는 것을 벗겨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될 때 그것은 비밀 중의 비밀(뮈스테리온)이 된다. 바울은 이 비밀을 깨달은 자였다.

바울은 이 계시를 통해 하나님을 아는(야다) 자가 되었다. 그래서 에베소 교인들을 위해 기도할 때 ‘계시의 영’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해달라고 구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너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에베소서 1:17)

나를 알려면 하나님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하나님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영이시기 때문이다. 영은 이성과 감정과 의지를 초월한다. 오직 성령님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다. 이 성령님이 무지한 내 지각의 영역에 말씀을 재료로 빛을 비추실 때 비로소 깨달음과 믿음이 들어온다. 이 과정이 계시다. 하나님의 마음과 생각은 육에 속한 자들에게 가리어 있다. 하나님의 깊은 것 까지도 통달하고 계신 성령님이 열어 주셔야 ‘계시’적 지식이 임한다. 이 계시적 지식이 들어와야 주님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마치 베일을 가린 신부의 면사포를 벗겨 신부의 아름다움을 보고 기뻐하는 것과 같다. 주님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길 때 비로소 자신의 삶을 내려 놓고서라도 기꺼이 자원하여 기쁨으로 신랑을 따르는 헌신의 삶을 살 수 있다.

하나님의 계시는
그것을 꾸며주거나
더 강화시켜주기 위해
인간의 천재성이라는 빛도,
인간의 문화라는
세련됨과 능력도,
인간의 사상이라는 탁월함도,
인간의 두뇌라는 힘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계시는
오직 단순함, 온순함, 겸손함,
그리고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만을 필요로 한다.

– E.M. 바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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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A Ha
JUNG A Ha
2 days ago

영존하신 하나님,
하나님의 계시로 감추어 놓으신 것들을 영을 통하여 알게 하시고
육의 눈이 아닌 영의 눈으로 모든 것을 분별하는 눈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제 자아를 깨뜨려 하나님께서 주시는 모든 일들을 믿음으로 순종하게 하시기를 원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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