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10:46~50
46. 그들이 여리고에 이르렀더니 예수께서 제자들과  허다한 무리 와 함께 여리고에서 나가실 때에 디매오의 아들인 맹인 거지 바디매오가 길 가에 앉았다가
47. 나사렛 예수시란 말을 듣고 소리 질러 이르되 다윗의 자손 예수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거늘
48.  많은 사람 이 꾸짖어 잠잠하라 하되 그가 더욱 크게 소리 질러 이르되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는지라
49.  예수께서 머물러 서서  그를 부르라 하시니 그들이 그 맹인을 부르며 이르되 안심하고 일어나라 그가 너를 부르신다 하매
50. 맹인이 겉옷을 내버리고 뛰어 일어나 예수께 나아오거늘

마가는 예수님을 따르던 ‘허다한 무리’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맹인 거지 바디매오 ‘한 명’을 대비시킨다. 의도가 있었을까? 성경의 편집장이신 하나님은 마가를 통해 어떤 마음을 드러내길 원하신 걸까?

기적은 언제 일어나는가? 예수님이 멈출 때다.

예수님을 연호하며 허다한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님을 멈춰 세우지 못했다. 그들은 예수님을 따를 뿐 주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허다한 무리에게 무시당하고 따돌림당하던 맹인 거지 바디매오의 소리가 예수님을 멈춰 세웠다.

마가는 마치 ‘누가, 무엇이, 왜… 예수님을 멈추게 했는가’라고 질문하는 것 같다.

예수님을 따르던 ‘허다한 무리’와 예수님을 멈춰 세운 유일한 ‘한 사람’ 바디매오의 대비는 성경 속 구십 구마리 양과 잃어버린 한 마리 양, 열 드라크마 중 하나를 잃은 한 여인,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 더 나아가 아가서에서 왕을 따르던 예루살렘 딸들과 왕을 멈추게 한 술람미 여인을 떠올리게 한다.

왜 주님은 ‘무리’가 아닌 ‘하나’에 초점을 맞추는가?

오늘날 예배의 중심이 되는 교회. 그 원형은 성막이다. 그 성막의 바깥뜰엔 허다한 무리가 모인다. 하지만 그 바깥뜰에는 허다한 무리가 있을 뿐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은 아니다. 주님의 임재 상징은 어디인가? 주님은 어디서 멈추시는가? 지성소, 그중에서도 언약궤를 덮고 있던 뚜껑인 ‘속죄소’다. 속죄소의 히브리어는 ‘카파르’. ‘덮는다’는 뜻. 하나님과 나를 가로막고 있던 모든 허물을 ‘덮는’ 곳. 나의 허물과 죄보다 하나님의 은혜가 더 큰 자리. 그래서 속죄소를 영어 성경에서는 대부분 ‘mercy seat (은혜의 자리)’로 번역한다. 한글에선 이런 의미를 담아 속죄소를 ‘시은좌(施恩座, 은혜를 베푸는 자리)’로 표현하기도 한다.

허다한 무리가 있던 바깥뜰에서 하나님이 멈춰 서시는 지성소를 향할 때마다 무리의 수는 줄어들고 결국 한 사람만 남는 것에 주목해보자. 아가서를 통해 알 수 있듯, 신랑 곁에 허다한 무리가 있다 할지라도 결국 신랑과 밤을 함께 보내는 침실에는 신부 한 사람만 남는다. 신랑이 발걸음을 멈추고, 오직 자신의 연인 한 사람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사랑을 베푸시는 자리. mercy seat.

주님은 허다한 무리로부터 한 사람 바디매오 앞에 머물러 은혜를 베푸신다. 종교적 관념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바로 그 자리가 속죄소요 시은좌, mercy seat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다한 무리와 바디매오의 예는 성경 속 스토리로 끝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회 곳곳에서 허다한 무리와 바디매오의 메타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주일이면 허다한 무리가 두 손을 들고 주의 이름을 부르며 찬양하고 있다. 여전히 주님은 이 무리 가운데 거닐고 계신다. 이천 년 전 허다한 무리의 연호 속에 여리고의 한 거리를 거니셨던 것처럼. 예배의 자리에 나와 있는 이 허다한 무리 속에 누가 주님을 멈춰 세우는가? 주님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수많은 사람 속에 누가 주님을 멈춰 세우는가? 매일 큐티(QT)하고 말씀을 읽고 기도하는 수많은 영적 활동 속에 누가 주님을 멈춰 세우는가? 일대 다(多)에서 일대일로 수렴되는, 오직 나와 눈을 맞추시기 위해 멈춰 서시는 기적의 자리. 우리는 그곳을 속죄소요, 은혜의 자리(mercy seat)라 부른다. 예배의 하이라이트는 바깥뜰이 아닌 신랑과 눈을 맞추고 그 전율에 나의 전부를 맡기는 은혜의 자리여야 한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가 만나는 지점.

지금도 주님은 우리 옆을 지나고 계신다. 지나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멈춰 서게 할 것인가?

나는 주님을 따르는 군중에 속한 자인가, 아니면 주님이 주목하시는 유일한 한 사람인가?

그렇다면 무엇이 예수님으로 멈춰 서게 한 것일까?